메뉴 건너뛰기

자유게시판

회원여러분의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2018.12.31 11:24

마흔여섯의 날

profile
(*.70.26.6) 댓글 0

LDim5AX.jpg

 

마흔여섯의 날

 

늦게 피운 사랑도 폐경을

앞둔 양 실낱같은 생명줄로

파르르 몸부림치며

마흔여섯의 날이 간다 그렇게 간다

 

조막손도 닳고 기억도 녹 슬고

조금만 움직여도 무릎은 시려오고

이제 찬바람만 불어도 지쳐오는 가슴

 

다 닳아버렸구나

태산도 무너뜨릴 듯한 마음도

닳고 세상 거친 것들

보느라 눈도 무뎌지고

올라가려 하나 쳇바퀴마저

다 닳아버렸구나

 

쉰을 향해 내쳐가는 길에

이제 지친 몸만 남아

저 산 위까지 짐을 지고

 

돌아오면 아내는 삼을

넣고 따숩게 삶은 닭

소반에 바쳐 내게 건넸다

 

숨가쁘게 산을 헤치며

짐승처럼 살아도 행복했고

진흙 구렁에서 일해도

 

마흔여섯 고갯마루에 서

뒤돌아보니 먼길인 듯 하였으나

온 길은 어제 본

영화처럼 흘러갔구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89 얼마동안의 시간인생이 전미수 2018.12.29 62
3388 일상의 그림 전미수 2018.12.31 34
» 마흔여섯의 날 전미수 2018.12.31 35
3386 당신이 하시는 말씀은 전미수 2018.12.31 57
3385 오늘은 자고 나면 전미수 2018.12.31 63
3384 이 길로 곧장 가면 전미수 2019.01.02 64
3383 가슴에 통증을 부여잡고 전미수 2019.01.02 75
3382 고구마 넝쿨 사이 전미수 2019.01.02 70
3381 아직도 내 것으로 전미수 2019.01.02 47
3380 단내 맞고 전미수 2019.01.02 60
3379 선하고 거짓 없는 전미수 2019.01.03 51
3378 나 죽은 다음에도 전미수 2019.01.03 36
3377 따가운 풀밭으로 전미수 2019.01.03 39
3376 함께 하고싶습니다 전미수 2019.01.04 60
3375 생명의 빛과 그림자 전미수 2019.01.04 60
3374 유익하지 않은 말은 전미수 2019.01.04 53
3373 점심때면 어김없이 전미수 2019.01.04 53
3372 오늘 하루 전미수 2019.01.07 55
3371 시를 쓴다는 것 전미수 2019.01.07 63
3370 마음을 바꾸면 인생이 전미수 2019.01.07 55
Board Pagination 1 ... 2 3 4 5 6 7 8 9 10 ... 175
/ 175
위로